따뜻한 바람 속에서 꽃들이 햇볕을 쬐고, 다채로운 색깔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른하게 몸을 드러내고 햇살 아래 얼굴을 내맡긴 채 축 늘어져 있습니다. 졸린 눈으로 무욕무심하게 누워있다 보면 바람 한 줄기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고, 마른 풀 한 포기가 흔들립니다. 햇살이 가득한 가운데, 밝은 주황빛이 스쳐 지나가고 눈부신 빛은 걸러집니다. 되새김질하던 뇌가 멈추고 눈을 꼭 감으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보이고 바다 밑으로 연이 날아다니며,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튀어 오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영원한 여성성은 상승합니다. 꽃향기는 꽃잎을 떠나고, 감각과 육체가 분리됩니다. 숭고한 이상은 토해내고, 빙글빙글 돌며 어지럽고 시끄럽습니다. 해로운 쾌락이 토양을 침식하고, 촉수를 뻗어 뿌리를 내리고 기생합니다. 초록 눈동자가 햇살 속에서 꽃잎을 갉아먹는 검은 그림자를 봅니다. 매번 새싹이 돋아날 때마다 오직 대지만이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구이완 공원에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조용히 봄이 물러가고 푸른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강물에 비치는 구름은 짙어졌다 옅어졌다 하며, 머물고 떠나는 것에 무심한 듯 연기합니다. 바람은 확연히 따뜻해졌고, 꽃향기는 많이 옅어졌습니다. 흙이 힘차게 숨을 쉬며 도시에 또 다른 향기를 더합니다. 봄날은 강을 따라 멀어지고, 시간은 고요히 흐릅니다. 청춘으로 바뀐 열정이 강 건너편으로 걸어갑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발걸음은 여유롭고 모든 풍경에 작별의 아쉬움이 숨어 있습니다. 보라색 꽃, 붉은 잎, 하얀 다리가 재촉하고 봄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갑니다. 색채 가득한 도시의 실루엣, 봄과 여름 사이의 청춘과 꿈. 해변 공원에 바람이 불어옵니다. 육지의 끝에 다다라 찬란했던 봄빛의 여운을 주웁니다. 열렬한 여름이 뒤이어 등장하고, 야자수 아래 들판과 강변에서 바다 표면을 일렁이게 하는 것은 여름 바람이 아닌 대지의 불안한 마음입니다.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에 야자수가 주석을 달았습니다. 낚시꾼은 바다를 바라보며 침묵하고, 하나의 상징을 세웁니다.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분주함을 내려놓고 바닷바람에 녹아들어 씻깁니다. 바닷물이 마르며 소금이 생기고, 햇살이 당신 얼굴에 검은 빛을 덧칩니다. 웃는 듯 마는 듯한 입꼬리 주변에 한 줄기 신비로움과 점점 자아를 찾아가는 듯한 사색이 걸립니다. 당신은 해변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바닷바람을 맞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포착해 뇌리에 새기고, 바다 끝자락에 먹을 풀어 대지가 빙산의 일각을 드러내는 곳에 그림을 그립니다.